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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이야기

강릉 독일 카페 / 유디트의 정원

by 윤요셉 2022. 1. 12.


기왕 강릉에서 안식년을 갖게 되었으니, 소문에 들었던 가보고 싶었던 카페를 찾아보았다.
마침 차량을 잠시 얻을 수 있어서 제한된 시간 내에 들러보기로 작정하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2/3쯤 가다가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차를 한적한 곳에 세우고 핸드폰으로 확인차 찾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화요일 --- 가. 는. 날. 이 . 장 . 날 .
그러나, '사나이가 일단 칼을 뽑았으면 썩은 고구마라도 깎아 먹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물론 내가 지어낸...^^).
그래서 외관 모양이라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사진이라도 몇 장 찍을까 하여 계속 나아갔다.

'길치'인 나는 역시 목적지 옆 골목 일방통행 길로 잘못 들어섰다가 씩씩하게 내려오는 봉고 트럭에 기세가 눌려
뒤로 뒤로~~
다시 옆길로 제대로 들어가 1분 정도 들어가니 드뎌 몇몇 펜션 사이로 카페가 보였다.
흠... 내가 예전에 본 사진들은 참 깨끗하고 이쁘고 단정한 모습이었는데,


However, 오늘 내가 바라보고 있는 이 카페는 좀 지저분한 느낌? 이건 뭘까?
어쨌든 이렇게 온 이상, 사진이라도 담아야 하지 않겠는가.


열심히 "찰깍~ 찰깍~!" 찍고 있는데, 갑자기 창문이 열리면서 어떤 외국 여자가 유창한 한국말로 내게 묻는다.
"어떻게 오셨어요?"
"네... 저.. 전부터 여기 오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화요일 쉬는 날이라서 사진 좀 찍고 있어요. 혹시, 유디트 자매님?"
(역시 예수원 사람들은 어디가서든 '형제님' '자매님'이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 습관이란 실로 무서븐 것이다!)

"아, 네. 그런데 제가 지금 좀 격리 중이에요(그녀는 입을 막으며 양손으로 X자를 긋는다.), 독일에 다녀왔거든요."
"그렇군요. 그럼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아~ 그런데요... 저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어요. 여주로 갑니다."
"네?! 아니 이런...... 저도 독일을 좋아하고 자매님 책도 읽어 보았거든요. 그래서 교제도 좀 나눌까 했었는데, 안됐네요."

"예, 죄송합니다."
"그럼, 그곳에서도 사업 잘 되시길 바랄게요."

"네에, 안녕히 가세요."
(여기서 난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운 실력으로 "아우프 비더젠!"(또 만나요, 안녕)이라고 말할 뻔했다^^)

참, 이 카페의 주인인 유디트 크빈테른(51세)은 독일에서 만난 강원도 고성 출신 한국인 유학생과 결혼하여 영동지역으로 왔고, 강릉과 경포호수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 정착할 마음을 품고.. 브라 브라 브라~~ 우여곡절 끝에 카페를 내게 되었다고 한다. 독일과 영국에서 정치 철학을 공부한 인텔리이고, 강릉 원주대에서 독일어 원어민 교수로 재직하기도 하였다. 남편도 철학과 미학을 공부한 박사라서 이 카페 한 공간에서 철학 강의 코너를 마련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절판된 「나는 영동 사람이다」(2013년 발간)라는 책을 태백 한 카페에서 읽어본 적이 있다. 거기에서 유디트의 강원도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여러 나라와 도시에서 살았던 그녀는 '드디어 새로운 고향과 인생의 쉼표를 찾았다'라고 한 말이 기억이 난다. 어찌 보면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졌던 것 같은데... 왜! 왜!! 다른 곳으로 가느냐 말이닷~!!! 그것도 강원도가 아닌, 경기도 여주로!!!!

딱 내 스타일의 카페였었는데... 허탄한 마음을 누르며 두 번째로 꼭 가보고 싶었던, 이곳에서 멀지 않은 해변가에 있는 카페 - 「Shelly's Coffee」를 향해서 액셀을 밟았다. (물론 핸폰으로 영업 요일과 시간을 매 같은 눈으로 두 번, 세 번 확인한 후에 말이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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