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생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주 듣는 말이나,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말이다.
담수어를 키우건, 해수어를 키우건, 혹은 가재나 다른 물에 관련된 생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이 ‘물 잡기’이다.
‘물’이라는 것이 우리가 보기에는 똑같은 ‘물’이지만, 사실 그 성분으로 들어가면 복잡하다.
우리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공기중의 성분이 있는 것 같이, 물속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흔히 ‘pH’로 표기하는 ‘수소 이온 농도 지수’이다.
pH는 화학에서 물질의 산성과 알칼리성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서 사용된다.
보통 대부분의 물질은 pH의 값을 0~14까지 가지고 있다.
pH의 값이 7이면 표준(중성)이고, 그보다 높으면 염기성(알칼리), 그보다 낮으면 산성이라고 부른다.

열대어 가게에 가면 너무나도 이쁜 열대어들이 놀고 있다.
충동구매로 어항과 주변 기기와 열대어 몇 마리 사다가 어항에 물을 넣고 물고기를 "풍덩" 넣으면, 십중팔구 저승으로 보내게 된다.
그 이유는 내가 만들어 놓은 물이 어떤 성분을 가진 물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물고기가 살기 불가능한 물에 넣어서 고문을 시킨 것이다.
그래서 ‘물 잡기’는 정말 중요한 것이다.
열대어 가게 어항의 물은 이미 주인이 잘 잡아놓은 물이다. 우리 집의 수돗물과는 다른 물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열대어 가게를 잘 살펴보면, 어항들이 연결되어서 전시되어있고(이것을 '축양장'이라고 부른다),
그 물은 어디선가 한 군데에서 공급되고 있다. 잘 잡힌 물을 돌리는 것이다. 내가 물생활 초보였을 때, 가게 그 누구에게도 이 ‘물’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열대어를 팔고, 빨리 죽여야 또 사러 오지 않겠는가^^

물 잡기의 기본은 최소한 물을 pH 7 상태로 맞추고, 물속에 이로운 박테리아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것을 다른 말로 '어항의 사이클(질소 사이클)을 잡아준다'라고도 표현한다.
일단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물고기를 모셔오기 전에 어항을 잘 씻고 물을 하루 정도 담아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다시 물을 담아 여과기와 산소 발생기를 돌리며 하루 이틀 정도 놓아둔다.
수돗물 속에는 염소와 불소가 들어있어 이렇게 물을 받아 놓으면 공기 중으로 증발하게 된다. 성미가 급한 분들이라면 물을 속히 중성으로 만드는 약품이 있다(하지만 비추!). 플라스틱 수초보다는 살아있는 수초를 넣는 것이 박테리아 발생에 도움이 되고, 물고기들에게도 건강하다.
정수기 물이 깨끗하니, 이 물을 사용하면 좋지 않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것은 옳지 못하다. 그 이유는 정수기 물은 수돗물 속에 있는 미네랄까지 말끔하게(?) 걸러서 ‘영양가가 없는 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물 생활하는 우리들은 이런 물을 ‘죽은 물’이라고 부른다.
나중에 어항 물이 잡히고, 증발한 양을 보충하는 ‘부분 환수’ 때에는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나만의 노하우는, 가장 값싼 물고기 몇 마리를 어항에 넣어 본다. 견디지 못하고 죽더라도 그대로 둔다... 그 이유는 그렇게 박테리아를 초스피드로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물고기를 입양할 때 가게 주인에게 어항 물을 많이 담아달라고 한다. 그 물속에는 많은 이로운 박테리아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섞어서 빨리 물 잡이를 하는 것인데, 큰 어항일 경우에는 별 효과는 없다.
물이 잘 잡힌 어항은 물고기의 응가 및 사체를 우리 박테리아 동지들이 잘 분해시켜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해준다.
이런 박테리아가 없는 상태에서 물고기를 투입하면, 이들의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계열이 분해되지 않고 물속에 가득차게 되고, 생물체에 치명적인 ‘아질산(NO2)’으로 변환되어 독소가 가득 찬 물속에서 결국 폐사하게 된다.
더 정확하게 물을 잡으려면, 리트머스 종이를 어항 물에 넣어서 pH의 정도를 체크해 본다(요즘에는 디지털 pH 측정기가
있어서 어항 안에 붙여 놓고 쉽게 수질을 점검할 수 있다 - 참 좋은 세상!).
이렇게 물이 잘 잡히게 되었다고 무턱대고 아무 열대어나 구입해서 막 넣어선 안 된다.
열대어가 다 똑같은 물에 적응하고 사는 것이 아니다!
많은 초보자들이 열대어를 죽이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열대어를 키우기 전에 열대어에 대해서 조금은 공부해야 한다.
일반적인 열대어는 pH 7 정도면 살아갈 수 있지만, 시클리드 종류의 열대어는 알칼리성의 수질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반대로, 디스커스 종류의 열대어는 산성(pH 4 정도)의 물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들 열대어를 섞어서 키우게 되면 둘 중에 하나는 죽을 수밖에 없게 된다.

열대어 가게에 가서 주의 깊게 잘 들여다보면, 같은 종류의 물고기들만 넣어둔 어항은 pH가 일반 어항의 물과 다르다는 증거이다. 몇 종류 섞어 놓은 것은 이들이 비슷한 대의 pH에서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다(보통 ‘구피’ 종류는 강하여 웬만한 pH는 견딜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열대어가 함께 살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상식을 가지고 입양을 하는 것이 물고기들에게도 행복을 주는 지름길이다.
말 못 하는 미물이지만, 생명이 있는 생명체들이다. 나의 무지로 인하여, 물고기들이 괴로움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은 좀 잔인한 짓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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