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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원 이야기

될 것도 안 되고, 안 될 것도 되는 곳

by 윤요셉 2022. 1. 8.

"이게 무슨 소리인가?" 궁금하신 분들은 예수원에서 살아보면 압니다^^
한국 성공회의 대부, 대천덕 신부님이 1965년 설립한 수도생활 공동체인 예수원은 그동안 많은 세대를 거쳐 현재까지
아마도 한국에서는 유일한 생활 공동체로서의 수도원이다. 그래서 영어명이 'Jesus Abbey'이다.
이태리의 베네딕트 수도원과 영국의 리 애비 공동체, 그리고 중국의 예수가정에서 장점을 따서 설립되었다.
모토는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다」 라는 베네딕트 수도원의 정신을 따른다.

독신 형제, 자매, 가정(어린이 포함)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하루 3번의 예배 - 조도(아침 예배), 대도(중보 기도), 만도(요일별 각종 예배)가 365일 진행되면서 오전과 오후에 부서별로 일들이 진행되고 각기 다른 모습의 노동들이 진행된다.
코로나 시기 이전에는 월~수, 수~금 이렇게 2박 3일 손님들을 받았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처지라서 아주 제한적으로 1주일에 총 6명 정도를 받는다. 물론 코로나 검사를 다 마친 분들이 입소하실 수 있다.

훈련 프로그램은 3개월 지원훈련(봄과 가을에 기수별로 받는다), 1년 수련, 2년 수련(1년 수련을 성공리에 수료한 사람이 지원할 수 있고, 담당자들과의 면접을 거쳐 회원모임에서 통과되어야 입소 가능함)이 있고, 그 후에 2년 9개월의 준회원 과정이 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정회원이 있는데, 준회원 기간 내에 언제든지 정회원을 신청할 수 있다(역시 담당자와의 면접을 거쳐 회원모임에서 정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됨).

뭐 이 정도는 예수원 홈피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인데, 본인이 예수원에서 손님부 사역 3년을 하면서 손님들에게 생활안내를 할 때 하던 멘트가 좀 포함된 것이다.

'될 것도 안 되고, 안 되는 것도 된다'는 표현은 어떻게 보면 모순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면서 적지 않게 체험하게 되는 실재이기도 하다. 풀어서 말하면, 내가 생각하기로는 쉽게 될 것이라고 믿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고, 절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루어지는 마법과 같은 일들이다.

모든 사안, 특별히 중대한 사안들은 의회 운영팀이 정리해서 매월 1회 전체 회원모임에 안건으로 올리고 다루게 되는데, 종종 여기에서 이러한 일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것이 하늘의 뜻인지, 사람들의 뜻인지는 열매(결과)로 드러나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분별'이라고 한다. 공동체로 살아가면서 이 '분별'은 참 중요하다. 그래서 깊은 묵상과 지혜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공의와 사랑은 항상 함께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