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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 이야기

소들이 가장 행복할 때 vs. 가장 불행할 때

by 윤요셉 2022. 2. 27.

소들이 가장 행복할 때

* 맛있는 풀 먹을 때

초지에서 풀먹는 사진

소는 원래 풀을 먹는 동물이다.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건강한 음식이다.

건초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알팔파’ 먹을 때 소의 표정은 행복하다.


* 특식 먹을 때 - 이웃 공동체에서 옥수수 농사를 마치고 껍데기를 기증해 주셔서 뿌려주었을 때



* 새끼 송아지를 무사히 낳고 핥아줄 때




* 우사에 톱밥 새로 깔아주었을 때

운좋은 송아지는 톱밥을 깔아준 직후 탄생한다^^

노상 뛰어다니며 놀던 송아지도 톱밥의 따스함에 졸고들 있다.

우리 목장은 일반 목장에 비해 아주 자주 톱밥을 깔아주어 소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대가 없는 자유는 없는 법!
더불어 우리들의 노동은 엑스트라로 늘어난다.

우사내 톱밥을 깔기 전에 바닥의 거시기한 것들을 퇴비 창고쪽으로 밀어넣는 작업 + 삽질이 시작된다^^
톱밥을 깔아주고 나면 소들의 표정이 바뀐다 - 마치 "고맙습니다~!"하는 듯^^




소들이 가장 불행할 때

* 사고로 새끼 송아지가 죽었을 때

자기 아이를 잃은 어미 소는 보통 1주간 내내 슬프게 자식을 찾으며 운다...ㅠㅠ



* 도축장으로 가는 날 - 이 날은 우리 사람들도 하루 종일 슬프다.


이것은 주로 수소에 국한되는 것이겠다. 전날 위장을 비우기 위해 밥을 굶기기까지 한다.


트럭에 소를 태울 때, 우리가 주로 하는 말이 있다.
“다음  生엔 꼭 사람으로 태어나길~”
“부디 좋은 곳으로 가거라~”
“미안하다~”
종교, 신앙을 떠나 이때 마땅히 해 줄 말이 없다...ㅠㅠ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소와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노력한다. 눈물이 난다.
특히(아주 특별한 경우지만) 소에게 별명을 지어주고, 정이 든 소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처음으로 제천 도축장으로 갈때 트럭안에서 찍은 슬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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