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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 이야기

조건 반사

by 윤요셉 2022. 1. 15.

동물들을 훈련시킬 때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면서 보상을 주면, 그 동물은 나중에는 그 동작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심지어는 식물들도 학습을 통하여 조건 반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 목장에는 3개의 우사 이외에도 4개의 큰 초지가 있다. 물론 우리가 전기 철책을 이동시켜서 만든 소규모의 초지도 있다. 봄 4~5월부터 겨울 10월까지 우리 소들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고 목초를 뜯어먹으며 스트레스 없이 잘 자란다(수소의 경우 어느 날 딱 하루 한 순간만 불행하면 된다... 도축 바로 그날...ㅠㅠ).

 

아침에 우사를 점검하고 소들을 풀어서 초지로 이동시키고 철책 문을 닫아 놓으면 오후 3~4시까지는 자기들이 알아서 돌아다니며 풀을 뜯어먹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돌아다니는 녀석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소들은 사람보다 체온이 2~3도 높아서 웬만한 추위는 잘 견디고 비가 와도 감기들 염려가 없다. 이것을 모르고 처음에는 비만 오면 소들을 부르고 우사에 넣으려고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축산 기술 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소의 정상 체온은 큰 소 38.0~39.5℃, 송아지 38.5~40.5℃, 젖먹이 38.5~40.0℃이다.

그래서 이 녀석들의 귀를 만져보면 따뜻한 감을 느낄 수 있다. 

 

태백 한 겨울 영하 25도의 기온에서도 소들은 입가에 고드름을 달고서도 끄떡없다.

오히려 이들은 한 여름에 더위로 죽어나가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강원도 지역에 목장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고지대에, 여름에도 낮엔 잠깐 덥지만 해가 떨어지면 바로 시원해지는 기후가 목축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소를 부르는 경우에 우리는 종을 사용한다. 이전에 선배님들이 이미 이들에게 적합한 훈련을 시켜 놓은 것이다.

두부장사 종보다도 조금 큰 종이 있는데, 초지 입구에서 종을 치면 이들이 나에게로 나아온다.

첨에는 마음이 급하여 종을 조금 치다가 '에이, 가서 찾아야지!' 이렇게 돌아다니기 일쑤였는데,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종을 계속 치면 결국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어느 날 사진을 찍어 두었다.

 

<종을 치면 나타나는 우리 애들^^>

 

 

 

소들도 사람들처럼 서열이 있는데, 우사에서 이미 몸싸움을 통해서 서열이 정해져 있다.

만약 다른 우사에서 온 녀석을 섞어 넣으면 바로 싸움이 일어나고 '에너지(힘) 레벨'에 따라 패자는 승자에게 무한한 존경심과 복종을 약속한다. 그 당시 맨 앞에서 선두를 서는 녀석이 7342번(사진)이었는데, 이 녀석이 말을 잘 듣고 나머지 녀석들을 잘 인도하여서 우사에서 '특식'내지는 사랑을 더 표현해 준다.

그럼 이 녀석은 계속해서 내 말을 잘 듣고.. 따라서 결국 내 일을 도와주는 조수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는 것이다.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이 녀석들은 저 큰 머리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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